홈쇼핑 업체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업체는 롯데홈쇼핑(대표 이완신)이었다. 홈쇼핑 재인가에 영향을 미치는 '벌점' 기준으로는 GS홈쇼핑(대표 허태수)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T커머스 업체 가운데에서는 쇼핑엔티(대표 민택근)와 CJ오쇼핑+가 총 제재건수 4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벌점은 신세계TV쇼핑(대표 김군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TV홈쇼핑, T커머스 등에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허위·과장 광고에 속지 않도록 2007년부터 TV홈쇼핑 방송을 자체적으로 심의해 법정제재 및 행정제재를 내리고 있다.
상임위원 추천 수에 대한 논쟁으로 제4기 방심위 구성이 7개월 동안 미뤄지면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2월부터 ‘벼락치기’ 심의가 이어지면서 제재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제재를 받은 방송 내용은 대부분 일반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이었다. 의학적인 효과를 내는 것처럼 부풀려 설명하거나 최저가 또는 백화점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처럼 오인케하는 방송이 주요 제재 대상이 됐다.
홈쇼핑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곳은 롯데홈쇼핑(27건)이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6월10일 LG퓨리케어 정수기, SK매직 정수기 등을 판매하면서 월렌탈료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권고’를 받았다. 월렌탈료는 소비자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인데도 작은 글씨로 빠르게 지나가는 ‘체크 포인트’에만 명시했기 때문이다.
올해 6월에도 ‘라이프트론스’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효능이 아닌 ‘기미, 주근깨, 여드름’에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안내해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내용을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방심위 4기 출범이 늦어지면서 2017년 계류안건들이 2018년 초에 처리됐다”며 “실제 2018년 안건 중 법정제재를 받은 건은 업계 평균 수준(4건)이며, 대기업 4개사 중엔 가장 하위”라고 설명했다.
벌점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GS홈쇼핑으로, 과징금 2건을 받으면서 35점을 기록했다.
벌점은 법정제재에 따라 ‘과징금 10점’, ‘징계 4점’, ‘경고 2점’, ‘주의 1점’ 등으로 계산된다. 벌점이 누적되면 5년마다 받는 방송심의위 재승인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권고나 의견제시 등 행정제재는 재승인 심사에서 불이익이 없다.
GS홈쇼핑은 지난해 7월 주방가전인 ‘루루 스마트 2기압 IH 풀스텐’을 판매하면서 실제 구매 영수증이 아닌 백화점에서 임의로 발행한 영수증을 사용해 가격을 비교했다. 백화점에서는 60만 원 가량에 판매하지만 홈쇼핑에서 “엄청나게 깎아드린다”고 속인 것이다.
GS홈쇼핑과 마찬가지로 임의 발행한 백화점 영수증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방송한 CJ오쇼핑(대표 허민회)의 루루 메탈릭에코 밥솥, 지난해 9월 방송한 롯데홈쇼핑 쿠쿠 밥솥도 과징금 30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방심위는 당시 “소비자 피해 발생 요인, 심의규정 위반 정도를 고려할 때 재발 방지를 위한 엄중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10월에도 삼성김치플러스 제품을 판매하면서 홈쇼핑 전용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판매 제품인 것처럼 설명한 뒤 가격을 비교해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저면자막에는 ‘백화점 판매 동일 모델’이라고 해놓고 제품 시리즈명만 노출시킨 뒤 가독성이 떨어지는 쇼핑 가이드에만 정확한 모델명을 고지했다.
현대홈쇼핑(대표 강찬석), NS홈쇼핑(대표 도상철)도 삼성김치플러스 판매 건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심의가 집중되면서 법정제재를 많이 받았다”며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제재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3~4위에 랭크된 홈앤쇼핑(대표 최종삼)과 CJ오쇼핑은 타 제품과 비교하면서 다른 조건을 설정하거나 라이센스 제품인데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경고’ 조치를 받았다. NS홈쇼핑은 아로니아 분말을 무농약 제품인 것처럼 속였다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아임쇼핑(공영쇼핑)은 게르마늄 제품을 팔면서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가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총 2건의 제재를 받는데 그쳤다.
티커머스 가운데에서는 쇼핑엔티와 CJ오쇼핑+가 총 제재건수 4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쇼핑엔티는 마사지 기기를 판매하면서 진피층을 자극해 주름이 개선된다는 등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CJ오쇼핑+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벌점 1위에 이름을 올린 신세계쇼핑은 ‘해피한 멀티 숙박권’을 판매하면서 숙박시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일부 무등록·무허가 시설을 노출시켜 과징금 1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또한 다이슨 청소기를 판매하면서 상이한 모델을 전면영상으로 노출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W쇼핑, K쇼핑, SK스토아는 법정제재 없이 ‘권고’ 조치 2건으로 비교적 양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