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광선 노출 등 보관 방법따라 수명 줄어
제조 후 보관기간이 1~2년을 훌쩍 넘긴 재고타이어가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명확한 타이어 보관 지침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에 사는 고 모(남)씨는 작년 겨울 타이어 전문 대리점에서 겨울철 전용 타이어를 구매했다. 구매 당시 신제품인줄만 알았던 타이어를 올해 다시 확인해보니 당시 기준으로도 제조된 지 2년이나 경과된 제품이었다.
업체측에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겨울용 타이어는 판매 수요가 많지 않아 제품 보관 기간이 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 씨는 “장착 시점에서 2년이나 지난 타이어를 새 제품으로 팔아도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것 인지 불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포항시에 사는 임 모(여)씨도 지난해 여름 국내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7천만 원대에 육박하는 최고급 세단을 구매했으나 제조 기간이 1년이 넘은 재고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임 씨는 “차량 가격이 1~2천만 원하는 것도 아닌데 제조기간이 1년이나 지난 타이어를 장착하고 팔 수 있느냐”면서 “타이어가 오래될수록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소비자를 바보 취급하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타이어 유통기한, 보관 방법에 따라 ‘고무줄’…안전 사각지대
현재 국내에는 타이어 유통기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제조 후 3년 혹은 30개월, 또는 1년이 넘은 타이어는 경화 현상으로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가 빛이나 열, 기름에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외부에 오래 방치되거나 햇빛에 노출되면 타이어가 굳어지거나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제조 업계에서는 보관상태만 좋다면 유통 기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업체 관계자는 “타이어는 식품과 달리 정해놓은 유통기한이 없다”면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두고 주기적인 관리점검을 한다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자동차 부품연구원의 실험 결과 생산 6개월 미만의 타이어와 2년이 경과한 타이어의 회전저항및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동일하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이 타이어 유통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타이어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최대 보관 기간을 3년 정도로 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높은 온도나 직사광선 등에 노출된 환경에서는 그 기간이 급속히 감소해 1년만에도 타이어가 심각할 정도로 변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타이어가 어떤 상태로 유통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가능한 제조 년수가 짧은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대체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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