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배터리의 사용시간에 대한 광고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소비자 의혹이 제기됐다. '최장 10시간'이란 이용 조건이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 아닌 전원만 켜둔 상태로 아무 작업을 하지 않은 상태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홍 모(남)씨는 오픈마켓에서 삼성전자 나인메탈 13인치 노트북을 80만 원가량에 구매했다. 외부에서 사용할 일이 많아 '완전충전 시 최대 1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제품을 구매하자마자 완전충전 후 어댑터를 제거했더니 100% 배터리 상태에서 사용시간은 고작 2시간 20분이었다. 여러가지 세팅을 건드려 봐도 사용시간은 4시간 까지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10시간은 자사 내부 시험치이며 와이파이를 끄고, 디스플레이 밝기를 가장 어둡게 하는 등의 설정값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정값을 알려달라고 하자 대외비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엔지니어와 함께 체크한 결과 배터리 78%, 와이파이가 꺼진 상태에서 잔여 사용시간이 3시간으로 측정됐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기능상 하자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홍 씨는 "최대 10시간으로 광고했으면 적절한 세팅시 적어도 7시간은 사용 가능해야 하지 않나"라며 "아무 셋팅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시간이 2시간에 불과한 것은 터무니 없는 과장광고"라고 주장했다.
◆ 제조사가 정한 테스트 환경 기준 '아무 작업 안한 상태'
사용시간의 설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제조사의 권한이다.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작업만 하면 몇시간, 인터넷 서핑만 하면 몇시간, 동영상을 볼 때 몇시간 등 구체적으로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제조사의 전략이다.
보통 제조사의 사용시간은 기본적으로 테스트 환경 내에서의 최장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전원 부팅 후 최대 절전 모드에서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채 화면만 띄워놓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최장 시간표기의 실 사용시간은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40~60% 내외로 추정된다. 동영상을 켜거나 문서 작업, 게임 등을 할 경우 이용 시간은 턱없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제품 홍보시 그대로 사용돼 과장광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테스트 환경에서 10시간을 버텼다라는 것을 어떤 작업을 해도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유도를 이끌고 있는 것.
앞선 사례의 경우 삼성의 제품 홍보자료를 보면 '최대 10시간 배터리로 하루종일 업무나 학업에 사용하더라도 걱정이 없습니다. 별도의 어댑터를 휴대하지 않아도 충전 걱정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가능 시간은 여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노트북이 첫 부팅이 되고나면 여러 프로세스가 작동하면서 순간적으로 부하가 걸리는데 그 때는 노트북 배터리 잔량이 얼마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며 "하지만 10~15분 이상 방치하고 나면 프로세스가 안정되면서 배터리 잔량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해명했다.
또 "홈페이지에는 최대 사용시간을 기재해 놨으며 이대로 하면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사용 가능 조건으로 전원옵션 균형조정, LCD 밝기 60nits, WiFi AP 연결 안함, 배터리 완전 방전(위험수준 하한까지), 에너지 절약모드 사용 등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각종 업무를 해도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과장광고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노트북 배터리 사용시간 과장광고 제조사들 공통사항...처벌 드물어
과장 및 허위광고 문제는 비단 삼성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에서 최근 나온 뉴맥북 역시 '1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와이파이를 켜고 밝기를 65정도로 설정해도 실제 사용시간은 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 측은 "광고된 사용시간은 특수한 경우에 테스트한 결과라 실제 사용과는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LG전자에서 출시한 2017년형 LG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번충전으로 최대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시간 충전하면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시간은 이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이 모델을 사용중인 한 소비자는 "윈도우 기반 노트북의 배터리 최대 사용 시간은 모든 기능 다 꺼놓고 최저 밝기에서 아무것도 안할때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실제 사용시간과 광고에서 얘기하는 사용시간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제품 사용시간이 다르다며 업체에 교환, 환불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허위 및 과장광고 문제를 소비자가 직접 제기하려면 고객센터에 접수해야 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상담직원의 사과만 있을 뿐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글을 올리면 매크로식 답변이 오기 일쑤다.
과장 및 허위광고에 관한 기본법률은 표시광고공정화에 관한 법률로써 모든 과장 및 허위광고는 이 법에 따라과태료, 시정명령, 경고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벌자체가 쉽지 않다. 엄격한 판단으로 적용 대상이 적고 그로 인해 규제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