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심사 보험, 따져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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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심사 보험, 따져봤더니..
  • 도지욱 기자
  • 승인 2013.10.22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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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보험 상품 대비 보장기간 짧고 금액도 적어 불리한 경우 많아
#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사는 진 모(여)씨는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라이나생명의 무심사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어머니가 혹시라도 돌아가시면 장례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월 1만7천원대 보험료의 상품에 가입한 것. 2년간 보험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80세 이후 돌아가시면 사망보험금을 못 받는다’는 이야길 처음 듣게 된 진 씨. ‘100세 시대’에 80세까지만 보장해주는 상품은 필요치 않아 해약하려 하자 상담원은 “지금 찾으면 손해가 엄청나고 조금 더 유지하면 금액이 더 많아진다”고 말려 결국 해약하지 못했다고. 1년가량 보험계약을 유지해오던 진 씨는 이달 8일 보험사로 해약환급금을 알아보던 중 “소멸성 상품이라 더 놔두면 해약환금금이 점점 떨어져서 나중엔 0원이 된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어이가 없어 지난해 상담한 녹취 파일을 요청했지만 내용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진 씨는 “가입 당시 녹취파일에는 ‘80세 만기 상품으로 해약환급금이 없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80세까지 보험료를 넣고 이후 사망하면 보험금이 나오는 줄 알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청약 당시 만기에 대해 안내하고 정상적으로 계약이 이뤄졌고 작년 녹취 파일을 확인한 결과 해약환급금이 올라간다, 내려간다고 말한 부분도 없다"며 "보험이 종료되면 보험혜택을 못 받으니까 손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을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사통과’, ‘바로가입’ 등 별도의 심사 없이 노인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무심사 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에서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에 올들어 접수된 건만 30여건이 넘는다. 지난해 24건을 이미 넘어섰다.

무심사 보험은 사망을 주된 보장으로 하는 상품으로 계약 체결 시 질병이나 치료사실에 대한 알릴의무와 건강검진 절차 없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반적인 보장성상품에 비해 납입하는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받는 보험금이 적은데다 갱신형 상품의 경우 향후 연령 증가 등으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심사'라는 장점만 강조해 노년층을 타깃으로 판매에만 열을 올려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 무심사보험,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무심사보험은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기보험과 종신보험으로 보통 50~80세 노년층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다. 사망보험금이 통상 1천만~3천만 원 정도다.

현재 라이나생명, KB생명, AIA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생명보험사 4곳과 동부화재, AIG생명, ACE화재 등 손해보험사 3곳 등 7개의 보험사에서 취급하고 있다.

무심사보험은 보험가입이 간편한 반면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보장내용이 달라 가입 전 소비자의 꼼꼼한 선택이 요구된다.

무심사 보험에 가입할 땐 '보험료수준 비교표' 등을 살펴보고 향후 보장받는 보험금도 확인해야 한다.

보험료가 동일하더라도 무심사보험의 사망보험금이 일반보험에 비해 적기 때문에 가입 가능한 일반 보험상품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통상 무심사보험의 보장금액이 1~3천만 원인 반면  일반보험은 1~10억원에 달한다. 

무심사보험은 보험 가입 후 2년 내 질병으로 사망하면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만 지급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손해율이 좋지 않은 보험회사의 경우 갱신시점에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령자라 하더라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보험사의 심사절차를 거쳐 일반적인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편이 저렴한 보험료로 더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무심사 보험은 2006년 판매 첫 해에 7만6천 건이 팔렸고 2009년 20만 건, 2010년 26만5천 건, 2011년 34만9천 건, 2012년 40만1천 건, 올 상반기 41만3천 건으로 계약건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1천741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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